마크 피셔: 레트로는 매우 흥미로운 현상입니다. 오랫동안, 최소한 70년대 초 이후에는 늘 레트로 그룹이 있었고 적어도 당시에 이들은 레트로로 자리 잡았죠. 반면 악틱 몽키스 같은 그룹은 역사성과 아무 관계도 맺고 있지 않아요. 이들은 분명 레트로 그룹이지만 레트로라는 범주는 더 이상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의 레트로인지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는 미래 충격이라는 감각이 사라져 버렸어요. 돌이켜 보면 미래 충격이란 사람들이 익숙하게 느끼던 스타일의 매우 급격한 전복이었죠.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건 포스트펑크 끝자락의 음악적 의식입니다. 그땐 가까운 과거를 대놓고 참지 못하는 태도가, 문화적 시간상으로 오래된 과거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태도가 있었어요. 저는 이런 태도에 많은 기대를 걸었습니다. [포스트펑크 시기가―원문] 끝나고 다른 음악 영역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때 가장 주목할 만했던 장르는 정글jungle입니다. 정글을 듣고서 사람들은 “이런 건 들어 본 적이 없어”라고 느끼곤 했죠. 미래 충격을 아주 단순하게 말하면 이상과 같습니다. 물론 무언가가 정말로 무에서 생겨나지는 않으며, 새로운 종합에 포함된 요소들을 회고적으로 구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새로운 종합들이 계속 산출돼 왔고, 제 생각엔 분명, 딱 2000년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2003년까지는 여전히 새로운 걸 들을 수 있었고 또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부터는 새로운 무언가를 들을 일은 없으리라는 생각에 점점 익숙해졌죠.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근원적인 내재적 부정성의 의미입니다. 인정하든 아니든 우리의 기대들 안에는 이 부정성이 포함돼 있어요. (출처: https://playtime.blog/2018/12/28/515/)

'반동적 노스텔지어와 급진적 노스텔지어는 현재에 대한 불만, 즉 산업혁명, 도시화, 자본주의가 창조한 세상에 대한 불만을 공유한다. 새 시대가 도래하자 시간은 점차 일출, 일몰, 계절 같은 순환 주기가 아니라 공장과 사무실 시간표, 그리고 어린이를 그런 일터에 대비시키는 학교 시간표에 따라 조직됐다. 노스텔지어를 구별하는 요소에는 실제로 시간 이전의 시간, 즉 유년기라는 영원한 현재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

팝에서 특히나 흥미로운 노스텔지어는 근사한 '지금 이 순간'의 시대, 즉 ... 사실... 우리는 살아보지도 않은 시대를 향한 노스텔지어다.

아이러니하게도, 60년대 복고가 끊이지 않는 데는 정작 당시에 복고나 노스텔지어가 없었다는 이유도 얼마간 있다. 그 시대의 매력은 현재에 온전히 몰입했다는 점에 있다. '지금 여기'라는 구호를 창안한 시대가 바로 60년대 아닌가.'(사이먼 레이놀즈, ⌜레트로마니아⌟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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