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에 숨은 아득함, 먼 곳을 넘는 아득함, 양자의 바깥과 안의 한계에 가로놓인 경계, 양자의 현실 속에 있는 비현실, 양자 속에 환기된 유혹-그것은 아름다움이었다.(...)아름다움은 마령같은 힘으로 모든 것을 수렴한다.(...)아름다움이란 바로 유희 그 자체(...)아름다움에의 도피, 도피의 유희."
-헤르만 브로흐, 『베르길리우스의 죽음』
"누가, 내가 울부짖을 때, 천사의 질서로부터
내 외침을 들어 줄 것인가? 설령 그 천사 중 하나가
나를 갑작스레 끌어안는다 해도, 난 그의 강한
존재로 인해 몰락해 버릴 터.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버텨 내는 무시무시한 시작에 다름 아니기에.
우리가 이렇게 아름다움을 경애하는 건,
아름다움은 우리를 파멸시키는 것쯤은 아무렇지 않게 비웃기 때문이다. 모든 천사는 무시무시하다.
그래서 나는 숨죽인 채 어두운 흐느낌의 꾐을
꿀꺽 삼킨다. 아 우리는
누구를 불러낼 수 있는가? 천사는 아니고, 사람들도 아니다.
영악한 동물들은 벌써, 우리가 해석된 세계에서 그리 편히 몸을 맡기지 못한다는 걸 알아차린다."
Rainer Maria Rilke, Die erste Elegie, Duineser Elegien.